믿든지....말든지.....

[스크랩] 입산(入山)에도 급수가 있다~

감칠맛.오늘 2009. 3. 22. 03:04


8 급  : 타의(他意) 입산

        공휴일이면 TV 리모컨을 쥐고 산다.
        회사에서 결정된 산행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선다.

     *특징 :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놀부 심보가 된다.

7 급 : 증명 (證明) 입산

        산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사진 찍으러 간다.
        물 좋고 경치 좋으면 장소 안가리고 스태플러 찍듯 '찰칵 찰칵'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 특징 : 경관 좋은 곳을 배경으로 증명 사진 찍는 버릇이 있다.
        그 사진을 산에 갔다왔다는 증거로 활용한다

6 급 : 섭생(攝生) 입산

        오로지 먹으러 산에 간다.
        배낭 가득 먹을 거리를 챙기고 계곡을 찾아 음식을 탐한다.

       * 특징 : 엄청 먹었는 데도 음식의 절반 이상이 남아 다시 지고 내려온다 .
        그리고 "아, 나는 왜 요즘 이리 입맛이 없을까" 자신의 몸걱정을 한다

5 급 : 중도(中道) 입산

         산행을 하기는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한다.
         그리고 제 다리 튼튼하지 못함을 탓하지 않고 꼭 뫼만 높다 탓한다 .

       * 특징: "뭐 꼭 정상을 올라야 하나"  "올라가면 누가 밀가루 배급이라도 주냐"
        자기 합리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4 급 : 화초(花草) 입산

        줄곧 집에만 있다가 진달래, 철쭉 피는 춘삼월이나  
        만산홍엽 불타는 가을이 되면 갑자기 산에 미친다.

       * 특징 : 예쁜 꽃이나 단풍을 꼭 끼고 사진을 찍는다 .

3 급 : 음주(飮酒) 입산

         산을 좀 아는 인간이다.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마셔야 산행이 완결됐다고 주장한다.
        산을 열심히 찾는 이유가 성취감 뒤에 따르는 맛난 하산주 때문이라고 믿는다.

      * 특징 : 술의 종류, 알콜도수, 값을 막론하고 그저 양만 많으면 된다는 두주불사형이 많다.

2 급 : 선수(選手) 입산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느니,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다느니 하는 걸 무지하게 자랑한다.
         그러나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기록은 신통치 않다.

        * 특징 : 이 인간을 따라 나서면 대개 굶게 된다.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해치우고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1 급 : 무시(無時) 입산

        산행의 정신을 좀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제사가 있으나, 아이가 아프나, 계획한 산행은 꼭 한다 .

        * 특징 : 폭풍이 몰아쳐 "오늘 산행 취소지요?" 하고 물으면
         "넌 비 온다고 밥 안먹냐?"하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단순무식이 돋보인다.

초단 : 야간(夜間) 입산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 후 밤에라도 산에 오른다.
         산에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山病) 초기증세가 나타난다.

         * 특징 : 산꼭대기에 오르면 지가 무슨 늑대라고 "아~우~" 달을 보며 소리 지르는
            해괴한 모습을 가끔 보인다 .

2 단 : 면벽(面壁) 입산

         바위타기를 즐겨서 틈도 없는 바위에 온몸을 비벼 넣으며 바위가 애인인 듯
         안고 할퀴고 버팅기고... 바위를 상대로 온갖 퍼포먼스를 한다.

        * 특징 : 이쯤 되면 대학 졸업 때까지 책 10 권도 못봤단 말이 실감 난다

3 단 : 면빙(面氷) 입산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 한다.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놓고 폭포가 얼어붙기를 축원하다가,
         결빙소식만 들으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에 몸을 던진다.

       * 특징 : 빙판길에 가족이 넘어져 다쳐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고 '박박' 우긴다

4 단 : 합계(合計) 입산

         더 높고 어려운 산은 없나, 눈에 불을 켠다 .
         산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외국 원서를 번역하며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기도 한다.

        * 특징 : 산병(山病) 중증환자로 '운수납자'(雲水衲子 탁발승을 멋스럽게 부르는 말)    
          흉내를 내어 고행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5 단 : 설산(雪山) 입산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다.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이라... 알 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설산에 도전 한다.

        * 특징 : 설산으로 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돌아왔다는 소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6 단 : 자아(自我) 입산

        드디어 산심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마음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따라서 무조건 높고 험한 산에 취해, 잊고 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된다 .

       * 특징 :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가끔 받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집사람에게 찍혔던 '산에 대한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둔다.

7 단 : 회귀(回歸) 입산

        산의 본질적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 데 있다는, 머리에 쥐 나는 진리를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산을 찾게 된다 .

       * 특징 : "걷는 자만이 오를 수 있다"는 지극히 쉬운 원리를 어렵게 깨우친
         충격을 못이겨, '실실' 웃는 하회탈 모습으로 평소의 표정이 바뀐다.

8 단 : 불문(不問) 입산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 라는 평등 산 사상의 경지에 이른다.
        입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

       * 특징 : '묻지마' 관광처럼,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지 말라는 선문답을 하며
         유유자적 산을 즐긴다 .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     눈 덮인 광야를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 (부수호란행 )     함부로 걷지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     오늘의 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마침내 후세들의 길이 되리니

9 단 : 소산(小山) 입산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겸허한 안목이 생긴다.
        작은 산을 즐겨 찾으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올라간다'는 말은 안한다.

      * 특징 :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과 비례하여 입에 양기가 오른다.
        남산 정도의 산행을 끝내고도 하산주를 마실 때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진다.

 

출처 : 날밤산악회
글쓴이 : 칸나 원글보기
메모 : 나를 돌이켜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