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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맛여행┃추해도 오만한 맛, 마산아귀찜

감칠맛.오늘 2009. 1. 13. 13:43

 

 

 

 





전국의 수많은 아귀찜 가게들이 ‘마산 아귀찜’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다. 특히 ‘마산 할매 아귀찜’이라고 내세우는 간판이 많이 있다. ‘원조’를 주장하는 집들도 많다. 물론 마산 출신의 할머니가 한두 분이 아니실 테니 그 가게들이 허위광고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마산의 아귀찜 맛이 어떤지에 대해 의심을 품는 분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가 (마산이 아닌 곳에서) 흔히 먹는 아귀찜과 마산 아귀찜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상당히 다르다’이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정통’ 마산 아귀찜은 ‘어른스러운 맛’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대체로 우리 음식이 매워지거나 달아지는 추세인 듯하다. 파는 음식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집에서 만드는 음식들의 간도 조금씩이긴 해도 변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입맛이 바뀌어가는 것일까. 더구나 맵고 단맛이 한 음식에 들어 있는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난다. 소위 ‘매콤달콤’한 맛이 표준이 되어가는 추세인 것이다. 시중에서 파는 매운 음식들 대부분에 단맛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음식 전문가가 이런 현상을 두고, 모든 음식이 ‘떡볶이 양념’맛으로 평준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물론 떡볶이도 무척 맛있는 음식이지만, 모든 음식이 떡볶이 맛이 되는 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아귀찜 역시 점점 매워지면서 동시에 달아진다. ‘매콤달콤’한 아귀찜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음식 가운데에 가끔은 ‘어른스러운 맛’이란 것이 있어도 좋지 않나 싶다.




마산의 맛집 가운데에서 아귀찜 전문점들은 타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산 오동동아귀찜 골목에 가면 마산식 아귀찜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여럿 모여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 골목에는 마산 공단의 노동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작은 실비집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아귀찜을 하는 가게들이 두어 곳 있었고, 그러다 아귀찜 집이 유명해지면서 골목 전체가 아귀찜 골목이 되었다. 약 5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 초가집에서 시작한 가게 자리에 큰 가게가 들어서고 소방도로도 났다. 그 중에서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오동동 ‘아구할매집’을 찾아 마산식 아귀찜을 먹어보았다. 처음 가게를 연 사장님부터 시작해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이어지며 삼대째에 이른 집이다.











마산식 아귀찜이 타 지역의 아귀찜과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 첫 번째는 마른 아귀를 쓴다는 점이다. 일단 아귀를 바짝 말린 뒤, 찜을 만들기 전에 다시 물에 불려서 쓴다. 아귀는 연중 계속해서 말리지만 역시 아귀가 제철인 한겨울에 말린 아귀가 맛있다고 한다. 아귀를 말리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한겨울에는 20일에서 한 달 정도 날씨에 따라 말랐다 젖었다 하게 둔다. 아귀찜을 만들 때는 이 말린 아귀를 6, 7시간 정도 찬 물에 불리는데, ‘꾸득꾸득’한 상태가 되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큼직한 생아귀 한 마리면 5인분 정도의 아귀찜을 만들 수 있지만, 말린 아귀를 쓰면 3인분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마산 아귀찜의 두 번째 특징은 된장을 쓴다는 것이다. 아귀찜에 된장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마산 아귀찜은 멸치를 기본으로 야채를 넣은 맛국물에 된장을 푼 ‘된장 육수’를 이용한다. 불린 ‘말린 아귀’를 토막 내어 된장 육수에 넣고 끓인 후 고춧가루를 풀고 콩나물과 파 등의 야채를 넣어 다시 찐다. 콩나물이 익고 김이 나면 마늘을 넣고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넣어 잠시 쪄서 아귀찜을 완성한다. 물론 이때의 된장은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을 써야 맛이 깔끔해진다.

여기서 당신이 뭔가 허전한 감을 느낀다면 마산 아귀찜의 세 번째 특징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녹말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의 아귀찜은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한 양념에 아귀를 찌다가(실은 끓이는 편에 가깝다) 마지막에 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서 마무리를 한다.

마른 아귀로 만든 아귀찜의 맛은, 흔히 먹는 생아귀찜과는 매우 다르다. 일단 아귀를 먹으면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과 ‘콤콤한’ 냄새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살이 아닌 뼈나 볼, 머리 부분을 꼭꼭 씹어서 감칠맛을 빨아 먹는 재미가 있다. 짭짜래한 된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의 뒷맛은 깔끔하고 칼칼하다. 좋아하는 사람은 ‘깊이 있다’고 흡족해하고도 남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무슨 맛이 이러냐’고 손사래를 칠지도 모른다.



이름은 같은데 정체(?)가 이렇게 다르다 보니
마산이 아닌 지역에서 온 타지 손님들이 마산 아귀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88서울올림픽 때 서울에서 올림픽 이벤트의 하나로 각 지역의 명물 음식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당시 마산 아귀찜도 참석했다고 한다. 마산 아귀찜이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먹어본 서울 사람들 중에는 ‘이게 무슨 아귀찜이냐’ ‘황태찜을 아귀찜이라고 속이는 것 아니냐’며 음식 접시를 뒤엎은 사람도 여럿 있었다고 전한다.
 
요즘도 생물 아귀로 만든 아귀찜에 익숙한 타지 손님들은 건아귀찜에 불만을 표시하곤 해서, 아예 마산 지역의 아귀찜 집에서도 건아귀찜과 생아귀찜(녹말이 들어가서 걸쭉한)을 모두 만들어 낸다. 생아귀찜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한 지도 20년이 되어간다고 하니, 다른 지역에서 마산식이라고 만드는 아귀찜이 다시 마산의 아귀찜을 바꿔놓은 셈이다. ‘아구할매집’ 주방을 지키고 있는 선정훈 씨는 “서울 손님들은 조미료를 조금 더 넣어야 입맛에 맞다고 말씀하신다”고 귀띔해주었다. 도시의 식당 음식들이 점점 더 비슷한 맛이 되어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인 ‘합성조미료 과다 사용’의 폐해 중 하나는, 아예 우리의 입맛을 획일적으로 길들여놓았다는 것이다.



아귀찜의 칼칼하고 맵싸한 맛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큰마음 먹고-아귀찜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아귀수육을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해물로 맛을 낸 맛국물에 그날 들어온 싱싱한 생아귀를 데쳐낸 아귀 수육은 아귀의 야들야들하고 탱탱한, 특유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아귀 수육에 곁들여지는 간과 창자(애와 대창이라고 불리는) 역시 맛과 촉감이 돋보인다. 아귀찜을 변형해서 서울에서 만들어낸 해물찜이며, 아귀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아귀탕, 아귀 불갈비, 아귀 해물볶음 등)과 마산 지역의 별미 중 하나인 미더덕찜도 먹을 수 있다. 전문 집이라고 해도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메뉴를 계속 다양하게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현대의 추세인 모양이다.






남도 쪽에서는 아귀찜의 ‘탄생설화’가 널리 전하고 있으니, ‘할머니에 의한 우연한 발견’설이 정설인 것 같다. 이전까지 흉측한 외모로 인해 구박을 받아 식용이 아닌 거름으로나 쓰이던 아귀(오죽하면 잡자마자 물에 버린다고 ‘물텀벙’으로 불리기도 하는 물고기다)를 어느 할머니인지는 모르겠으나 ‘할매’가 버리려고 담장에 던져놓았는데(이 부분에서 담장이냐 마당이냐로 설이 갈린다) 그것이 절로 말라 건아귀가 되었고, 그 녀석을 된장을 넣고 이리저리 해보니 먹을 만해서 아귀찜이란 것이 세상에 나왔다는 내용이다.

말린 아귀며 된장은 모두 시간을 두고 묵힌 재료들이다. 그리고 외모 덕분에 별로 귀한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런 재료들이 제대로 만나면 곰삭아 깊이 있는 맛이 된다. 비록 생아귀로 만든 아귀찜처럼 폭신폭신한 살이나 첫 입에 달짝하게 강한 인상을 주는 걸쭉한 양념은 없지만 말이다.

우리 음식이란 것이 원래는 그런 깊이와 다양함을 갖춘 것이 아닐까. 만만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철 따라 나는 재료를 손질하고 다듬어서 어떻게든 먹을 만하게 만들어내는 재능은 우리 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특기가 아닐는지. 자못 독특하여 마치 ‘에일리언’처럼 생긴 건아귀를 보고 있으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출처|네이트닷컴 통_justinKIM

옮김|seorabeol_T.H.S

 

 

 

 

 

출처 : 서라벌블로그입니다
글쓴이 : 서라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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