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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시인의 시 한수......

감칠맛.오늘 2008. 1. 11. 09:50

안개속에 숨다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뒤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