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하나

마음 가난한 엄니를 추억하며...

감칠맛.오늘 2015. 11. 25. 03:35

지난해 그 더웠던 여름날...

엄니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병원생활 중....

정신의 이쪽저쪽을 종횡무진 왔다갔다 하시다...

잠시 반짝하실 때면 두가지 말씀하셨다...

어휘 하나 안틀리고...그 중 하나는 어김없이

성모마리아님 저좀 데려 가시라고 간절하게 빌고 비시더니

89세를 일기로 이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당신 소원대로 성모마리아님 품으로 가셨다...


35년간 엄니를 모시고 산 오래비는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나...

49제가 끝나고도 엄니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치울 생각이 없었던듯...

가끔..엄니 물건 정리할때 내가 해 주마고 해도

늘 놔둬라....

아마도 오래비는 오랫동안 엄니 모시고 산 긴 세월 만큼이나

삶의 마지막엔 그리도 오래비를 힘들게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엄니를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일주기도 지나고 100일도 지난후...

오랫만에 엄니 안계신 친정엘 들렀다..

오래비가 반긴다..

안그래도 너 언제오나 그랬다...

와요?

일단 서랍장 정리 하잔다...

듣던 중 꽤나 반가운소리...

어쩜 엄니는 돈두 안 꼬부쳐 두고 갔냐고 신소리도 해대며

그렇게 엄니 옷가지들 을 정리해서 버릴거 나눌거 나누고...


며칠 지나 티비다이 아래 엄니 손때 많이 탄 물건들 정리하고....

엄니 즐겨보시던 뜨게책이며 가지가지 종류별로 많은 뜨게바늘은 동생에게 갖다주고..


이층장엔 무엇이 나올까 호기심도 있었다...

나온것은 많은 천 쪼가리들...

재봉틀 있고 옷 만들줄 아는 나더러 가지라고해서

이불카바나 만들까 하고 집어는 왔는데...

역시나 가지고 오니 하나도 용도에 맞는 것은 없는 천 쪼가리일 뿐 이었다

아랫칸엔 별거 없다던 올케언니 말대로 평시 엄니 입으시던 옷가지만 나왔다...

아니..편지봉투에 들은 중요한 문서 두개...

식구들 없을때 아무도 몰래 와서 남 팔고 거금 빌려간 차용증과...

나도 모르는 외환은행 거래 내역서...

거기서도 거금 빼내간 흔적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어서 이실직고하라고 철퇴를 내려 칠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분노가 치민다..

한 입에 털어놓고 늘 돈 없다고 징징대던 엄니도 밉다 아주 많이....

감언이설로 돈 빼내가고 약속 안지킨 뻔뻔한 것들....

반짝 정신들때..

성모님 어서 데리고 가달라고 비신것과..

올케언니더러 그 돈 꼭 받아서 가지라는 부탁 ....

그 두가지 기억은 돌아가실때 까지....

감히..울 엄니에게 사기친 배포는 뭘보고 어떻게 자랐기에 가능 했던걸까???
흔히 말하길 피 같은 돈이라는데

구십 바라보는 노인네 돈을 갈취해서 가슴 아프게 했으니 

다음 생 이라는 것이 있다면 ...

이 생보다 더 천박하고 비천한 삶을 살겠지...

나이 들으면 돈이 힘이라는 데 마음도 가난했을 엄니..


날 잡아 엄니 농을 정리하러 가면 .....

오래비도 이제는 평안하리라...

잠 안오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