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난한 엄니를 추억하며...
지난해 그 더웠던 여름날...
엄니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병원생활 중....
정신의 이쪽저쪽을 종횡무진 왔다갔다 하시다...
잠시 반짝하실 때면 두가지 말씀하셨다...
어휘 하나 안틀리고...그 중 하나는 어김없이
성모마리아님 저좀 데려 가시라고 간절하게 빌고 비시더니
89세를 일기로 이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당신 소원대로 성모마리아님 품으로 가셨다...
35년간 엄니를 모시고 산 오래비는
무슨 연유에선지 모르나...
49제가 끝나고도 엄니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치울 생각이 없었던듯...
가끔..엄니 물건 정리할때 내가 해 주마고 해도
늘 놔둬라....
아마도 오래비는 오랫동안 엄니 모시고 산 긴 세월 만큼이나
삶의 마지막엔 그리도 오래비를 힘들게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엄니를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일주기도 지나고 100일도 지난후...
오랫만에 엄니 안계신 친정엘 들렀다..
오래비가 반긴다..
안그래도 너 언제오나 그랬다...
와요?
일단 서랍장 정리 하잔다...
듣던 중 꽤나 반가운소리...
어쩜 엄니는 돈두 안 꼬부쳐 두고 갔냐고 신소리도 해대며
그렇게 엄니 옷가지들 을 정리해서 버릴거 나눌거 나누고...
며칠 지나 티비다이 아래 엄니 손때 많이 탄 물건들 정리하고....
엄니 즐겨보시던 뜨게책이며 가지가지 종류별로 많은 뜨게바늘은 동생에게 갖다주고..
이층장엔 무엇이 나올까 호기심도 있었다...
나온것은 많은 천 쪼가리들...
재봉틀 있고 옷 만들줄 아는 나더러 가지라고해서
이불카바나 만들까 하고 집어는 왔는데...
역시나 가지고 오니 하나도 용도에 맞는 것은 없는 천 쪼가리일 뿐 이었다
아랫칸엔 별거 없다던 올케언니 말대로 평시 엄니 입으시던 옷가지만 나왔다...
아니..편지봉투에 들은 중요한 문서 두개...
식구들 없을때 아무도 몰래 와서 남 팔고 거금 빌려간 차용증과...
나도 모르는 외환은행 거래 내역서...
거기서도 거금 빼내간 흔적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어서 이실직고하라고 철퇴를 내려 칠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분노가 치민다..
한 입에 털어놓고 늘 돈 없다고 징징대던 엄니도 밉다 아주 많이....
감언이설로 돈 빼내가고 약속 안지킨 뻔뻔한 것들....
반짝 정신들때..
성모님 어서 데리고 가달라고 비신것과..
올케언니더러 그 돈 꼭 받아서 가지라는 부탁 ....
그 두가지 기억은 돌아가실때 까지....
감히..울 엄니에게 사기친 배포는 뭘보고 어떻게 자랐기에 가능 했던걸까???
흔히 말하길 피 같은 돈이라는데
구십 바라보는 노인네 돈을 갈취해서 가슴 아프게 했으니
다음 생 이라는 것이 있다면 ...
이 생보다 더 천박하고 비천한 삶을 살겠지...
나이 들으면 돈이 힘이라는 데 마음도 가난했을 엄니..
날 잡아 엄니 농을 정리하러 가면 .....
오래비도 이제는 평안하리라...
잠 안오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