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만물 그 어떤것도 쇠 하지않는 것이 있으랴....
요즘 예전 같지 않으신 8학년6반 엄니가 여간 신경 씌이는게 아니다....
오늘은 엄니간식 너트믹스를 갖다 드려야지 했는데....
걷기동아리 끝나고 보건소에서 미각 테스트한다고 60이하인 사람들로만 가란다...
함 해보지뭐 하고 가서...
용지에 체크하고 맛보고 번호 매기고.나서 이른 점심을 출장부페로 해줘서 먹고오다가....
등산용품 이것저것.양모이불 이것저것 고르다 오니 것두 피곤한지
꼬무락대다가 어느새 점심시간을 후닥 넘겨버리고....
결국은 엄니 호출 폰 받고 석바위에서 엄니 좋아하는 만두 포장해가지고 갔다...
아직도 엄니는 내가 고기 안 먹는 것도 모르는지 자꾸 고기만두 먹으라 하신다...
엄마...엄마는 딸이 고기먹는지 안 먹는지도 모르우?....
먹어 안죽어 하신다...
죽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난 세치 혀를 못넘겨 속을 비워내는게 더 괴롭다...
귀 어두운 엄니는 보청기도 잘 안끼는 통에 대화는 늘 어긋 나기만해서
내가 마구 짜증 부리다가 결국은 지쳐 혼자 웃고만다....
별것도 아니지만 너 주고 싶어서라고 하시며 그 좋아하는 반지를 세개씩이나 주시고...
또 막내딸이 한국에 다니러와서 두바이 돌아갈때 쓰고남은 것이라고 주고갔다나 동전 3750원도 주신다.....
내가 호시탐탐 눈길을 보낸 은통안에 이태리묵주까지 넣어서 성당에 나가라고 부탁하신다....
엄니 죄송해요 떠나온지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와서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요....
서랍을 여시더니 새 티셔츠 세개를 주시고 ...뜨신 모자도 주신다...것두 요즘 잘 쓰고다니시는 것을....
농을 열더니 너 갖고싶은거 있으면 다 갖고가란다...
싸이즈도 취향도 체형도 다른데도 다 주고 싶으신가부다.....
하지만 엄니 속내는 얘~나 죽으면 이거 다 갔다버릴꺼야.....
죽고난 다음에 내다 버리던 뭐하든 몬 상관이람....사람도 죽어나가는데....
하긴 안다 힘들어도 서울 동대문가서 맘에드는 천을 뜨고 꼭 맞춰 입으신 완벽주의 엄니의 안목을 ...
여성 유전자가 부족한지 반지 그런거에 취미없는 나....
결혼때도 남들다 받는 다이아? 나 그런거 필요없어 하고 18금 반지 하나씩 주고받았다...
엄니는 생각날때마다 이그 다이아도 못 받고 간 년이라고 하셨다....그게 뭐 어때서?.....
다덜 장농 속에만 쳐박혀있고 아까워서 끼지도 못하고 다니는걸 하고 말았는데...
엄니는 그게 영 맘에 걸리셨었나보다...
예전에도 은쌍가락지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유일하게 주셨다는 금반지와
동생이 다니러와서 엄니 생신날 드리고간 반지도 두개나 주셨었다..
받아가지고 오는 내내 속에 큰 돌덩어리가 언쳐 내려가지 않는다....
당신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시는 걸 볼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지만물 그 어떤거 하나라도 쇠 하지 않은 것이 하난들 있으랴마는....
난 아직 아무런 준비가 전혀 안됐는데....
2011.11.04.....